나를 비롯한 대한민국 사람들중 어느정도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 부터 주입식 교육을 많이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의 경우, 고등학교가 중학교 내신 + 선발고사로 급이 나뉘는 비평준화 시스템이었다
그 어떠한 목표나 욕심 없이 그저 뒤떨어지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는다는 이유와 부모님의 기대로 집안의 기대로
순전히 그 뿐인 목적으로 공부를 했었다.
결과, 내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 중에 시험에 나오는 것들 위주로 전략적으로 공부를 했다
그 어떠한 깨달음 없이, 합격과 입학이라는 결과를 위해서만.
나중에 고등학교에 가서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시작 했었는데
이게 정말 적응이 힘들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그저 시켜서 이렇게 하라고 해서 이렇게 하면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늘 수동적인 자세로 시험을 위한 공부만 해왔었기 때문에
더이상 그런 학원같은 조력자 없이 순전히 스스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해내기가 정말 힘들었다
그렇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맞는지
지역 내 중학교에서 공부 잘한다는 400명을 모아둔 이 고등학교에서 뒤쳐지기 싫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공부를 했었고 성적은 어느정도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조력자"의 유무.
여전히 메타인지를 하지 못한채
이번엔 대학교를 위한 공부만을 했었다
그러다 마음 아프게도 현역 수능 때 답안지 밀려쓰는 실수를 함으로써
내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혹자는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수능 한 번 미끄러졌다고 인생이 꼬였다고 하다니 정말 어리구나
맞는 말이다. 매우 어렸다
차라리 공부를 안했거나 실수를 해서 성적이 안나왔다면 모르겠는데
그저 답안지 밀려쓰기로 인해 20대 초입부터 꼬였다는 사실이
나한테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도 힘들었다
물론 수능 시간분배, 답안지 마킹 같은 것도 순전히 실력에 포함되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난 수능을 "못" 봐서 상응하는 대가를 받은 것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멘탈을 추스리지 못한채 재수의 1년을 그냥 저냥 보내다가 결국 입대를 했고
어떻게 하다보니 군인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전문하사 까지 지원해서 짧은 간부 생활도 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 하기를
내가 이때까지 투자했던 공부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 그 이전에 무엇을 하며 살건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두컴컴한 가로등 불빛도 거의 없는 오지의 군 부대 내의 공터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굉장히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느낄정도로 생각에 잠겨있을 때
하나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나는 직업군인이 적성에 맞을지언정
결코 내가 하고싶은 일은 아니다
내가 지금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전역을 결심하고,
내 길을 새롭게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현역 부사관과는 다르게 전문하사는 본인의 전역일자를 정할 수 있다
그렇게 전역을 하게되고 모아둔 돈을 가지고
대학교를 진학하기 위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진학하고 나서 했던 전공은 컴퓨터 공학이며
개발자의 꿈을 꾸고 있고 현재 진행형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학창시절과 다르게 지금의 나에게 공부라는 것은
나 자신과의 문답이다
학창시절 해왔던 공부라는 것은 어떠한 결과를 내기 위한 일방적인 지식쌓기라면
현재의 내 공부, 학습이라는 것은
내가 하고싶은 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끊임 없는 자문자답으로써 만들어지는 논리의 순환이다.
메타인지 라고도 말을 하는데
간단하게는, 내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전공적인 부분에 대한 공부 뿐만 아니라
"나" 라는 존재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 그리고 그것을 채우는 데 있어서 필요한 행위인지
꼬리를 물어가며 끊임 없이 왜? 라고 물으며 그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어떠한 학술적인 부분이나 시험, 입학, 입사 같은 결과를 위해 하는 공부는 굉장히 지엽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스스로 무언가에 막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멘탈 관리를 하는데 있어서
이러한 나의 의식 흐름은 일종의 루틴이 되었다.
학습, 그리고 공부라는 것은
나 자신을 알기위한 수단이며
성장하는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
더 나아가 내가 "나"로 있기 위해 존재하는
길 위에 세워져 있는 방항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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